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근육이 더 잘 자랄까? — 글리코겐과 근성장의 관계

근육을 키우는 영양소라고 하면 가장 먼저 단백질을 떠올린다.

닭가슴살, 달걀, 프로틴은 챙기면서도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은 살이 찔까 봐 줄이는 사람도 많다.

반대로 보디빌딩에서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상당한 양의 쌀과 고구마를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실제로 근육이 더 잘 자랄까?

결론부터 말하면 탄수화물이 단백질처럼 직접적인 근육의 재료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훈련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탄수화물이 필요하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일부는 포도당으로 사용되고 일부는 글리코겐(Glycogen) 형태로 근육과 간 등에 저장된다.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비교적 높은 강도로 반복적인 힘을 내는 운동에서는 근육 글리코겐이 에너지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세트만 하고 운동을 끝낸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스쿼트, 벤치프레스, 로우 등을 여러 세트 수행하고 한 시간 이상 훈련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충분한 탄수화물 섭취는 이러한 훈련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근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좋은 훈련을 얼마나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느냐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근육이 커 보이는 이유

탄수화물 섭취를 늘렸을 때 며칠 만에 근육이 커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 맞는 느낌이다.

하지만 며칠 만에 새로운 근육 조직이 대량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근육에 글리코겐이 저장될 때는 수분도 함께 저장된다. 따라서 탄수화물 섭취량이 증가하고 근육 글리코겐이 충분히 채워지면 근육이 보다 크고 빵빵하게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저탄수화물 식단을 시작하면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근육이 작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 역시 상당 부분 글리코겐과 수분의 변화일 수 있다.

따라서 단기간의 체중과 근육 크기 변화가 모두 실제 근육의 증가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슐린이 근육을 키워주는 것 아닐까?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상승하고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영양소의 저장과 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흔히 '동화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여기에서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인슐린을 많이 분비시키면 근육도 더 빨리 자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근성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탄수화물을 추가해 인슐린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해서 근단백질 합성이 계속 비례해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탄수화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인슐린으로 근육을 직접 키우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훈련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전체 식단의 에너지 요구량을 충족시키는 역할에 주목하는 편이 좋다.

저탄수화물로도 근육을 키울 수 있을까?

가능하다.

근성장을 위해 반드시 엄청난 양의 탄수화물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단백질과 에너지를 섭취하면서 저항운동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비교적 낮은 탄수화물 섭취량에서도 근육은 성장할 수 있다.

다만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제한했을 때 운동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100kg으로 10회를 하던 사람이 식단을 바꾼 뒤 7~8회밖에 하지 못하고, 여러 세트에서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장기적인 훈련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탄수화물 섭취량은 단순히 “많을수록 좋다” 또는 “적을수록 좋다”가 아니라 자신의 운동량과 전체 칼로리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운동 전후 탄수화물은 어떨까?

운동 전에 적절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훈련을 위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운동 후에는 사용한 글리코겐을 다시 보충하는 데 이용된다.

특히 하루에 두 번 운동하거나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높은 강도의 운동을 해야 하는 운동선수라면 빠른 글리코겐 회복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한 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 직후 몇 분 안에 탄수화물을 먹어야 한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루 전체 식사를 통해 필요한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먼저다.

단백질만 챙긴다고 끝이 아니다

근성장을 위해 단백질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근육을 만드는 과정은 단백질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좋은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높은 수준의 훈련을 반복하기 위해서는 회복도 필요하다.

탄수화물은 이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 연료가 된다.

따라서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탄수화물이 근육을 직접 만들어주는가?”라는 질문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가 좋은 훈련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탄수화물을 먹고 있는가?”

근육의 재료가 단백질이라면 탄수화물은 그 재료를 가지고 공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연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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