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통이 심해야 근육이 잘 클까? — 근육 손상과 근성장의 관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다음 날 근육통이 심하게 오면 왠지 운동을 제대로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 정도로 허벅지가 아프거나, 팔을 펴기 어려울 정도로 이두근이 뻐근하면 “이번에는 근육이 제대로 찢어졌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근육통이 심하다고 해서 근육이 더 많이 자라는 것은 아니다.

운동 후 하루나 이틀 뒤에 나타나는 통증을 흔히 지연성 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이라고 한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거나 평소보다 많은 운동량을 수행했을 때, 특히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내는 신장성 수축을 많이 했을 때 잘 발생한다.

근육이 손상되면 정말 더 크게 회복될까?

오랫동안 근성장은 “근육을 손상시키고 더 크게 복구하는 과정”으로 설명되어 왔다.

물론 저항운동을 하면 근섬유와 주변 조직에 일정 수준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후 염증 반응과 회복 과정도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의 근비대 연구에서는 근육 손상이 근성장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훈련 초기에 근육 손상이 심할 때는 운동 후 증가한 근단백질 합성의 상당 부분이 새로운 근육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있다.

즉 근단백질 합성이 증가했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곧바로 근육의 크기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에 익숙해지면 근육통은 줄어든다

같은 운동을 반복하다 보면 처음에는 심했던 근육통이 점차 줄어든다.

이 현상을 반복 운동 효과(Repeated Bout Effect)라고 한다. 근육과 신경계가 특정 운동에 적응하면서 같은 수준의 운동을 해도 손상이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근육통이 줄었다고 해서 근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개월 동안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은 심한 근육통을 거의 경험하지 않으면서도 계속 근육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요즘 운동해도 근육통이 없으니 운동이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반드시 맞지 않는다.

너무 심한 근육 손상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근성장을 위해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운동에서 근육을 최대한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근육 손상이 지나치게 심하면 다음 운동에서 중량과 반복 횟수가 떨어질 수 있다. 통증 때문에 가동범위가 감소하거나 운동 빈도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하체 운동을 너무 강하게 해서 금요일까지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다면, 그 운동은 충분한 자극을 넘어 회복 비용까지 크게 만든 것일 수 있다.

근육은 운동 한 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몇 달, 몇 년 동안 반복되는 수많은 훈련의 결과로 성장한다.

따라서 한 번의 운동에서 얻는 자극뿐 아니라 다음 운동까지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회복 능력 역시 중요하다.

그렇다면 근육통은 아무 의미가 없을까?

그렇다고 근육통이 완전히 쓸모없는 지표라는 뜻은 아니다.

새로운 운동을 했을 때 예상한 근육에서 가벼운 근육통이 나타난다면 해당 부위에 자극이 전달되었다는 간접적인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근육통만으로 운동의 질이나 근성장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근성장을 평가하려면 오히려 장기간에 걸쳐 중량이나 반복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지, 동일한 운동을 더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신체 측정이나 사진에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용하다.

결국 근육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은 통증이 아니라 적절한 자극과 회복이다.

운동을 잘했다는 증거를 찾고 싶다면 다음 날 얼마나 아픈지를 확인하기보다 몇 달 뒤 얼마나 강해지고 얼마나 커졌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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